이 이야기는 제 유튜브 채널에도 게시되어 있어요~
https://youtu.be/slWLzgI7C_A
캠핑카 여행 이틀째, 우리는 두 번째 캠프장이 위치한 오카나간 (Okanagan) 지역으로 향한다.
언제 봐도 아름다운 BC의 시골 풍경.
BC에서 앨버타로의 로드트립의 묘미는 다름 아닌 창 밖의 경치다! (그래서 운전 못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 훨씬 좋은 여행 - 모든 여행이 그렇다고요? 글쎄요...?)

아침부터 산불 때문에 걱정이 많다.
우리가 여행하던 시기의 BC는, 밴쿠버를 제외한 모든 지역이 산불 연기로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
할 수 있다면 캠핑카를 던져두고 비행기 타고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러나 당연히 안된다. 이틀만 참자.
BC 주에서 알버타 주로 가는 길은 대체로 두 갈래다. 북쪽 루트와 남쪽 루트.
북쪽 루트는 캠룹스(Kamloops)를 거쳐야 하는데 그쪽에 큰 산불이 나서 남쪽 루트로 가기로 한다.
그러나 산불은 기어이 남쪽까지 내려왔다.
아이고- 코로나 마스크를 여기서 쓰게 되다니... ㅠㅅ ㅠ
연기가 심한 지역에 들어설 때마다 마스크를 쓰는데도 연기가 코를 찔렀다.
세기말 배경의 영화 속에 강제로 끌려온 느낌이랄까. 디스토피아란 이런거구나.
내가 정말 화가 났던 이유는 이틀간 최악의 공기를 마시며 여행해야 해서가 아니라 야생동물들 때문이었다.
나야 오늘 내일만 잘 견디고 집에 가면 되지만 산에 사는 동물들은 불에 타서 죽거나 살 곳을 잃거나 아니면 해로운 연기 때문에 병에 걸려 단명하게 될 것이 아닌가..
눈물이 핑돌고 가슴이 먹먹해졌다.
이렇게 스트레스가 심했던 드라이브는 내 인생에 없었던 것 같다.
다행히 간간이 공기가 덜 나쁜 구간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러나 그런 구간은 거의 없었고.
얼마 안가 이런 비현실적으로 처참한 풍경과 마주하게 된다.
짙은 연기 때문에 혹시 캠핑장을 찾기 힘들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잘 찾았고 무사히 도착했다. (고맙다 구글)
바깥은 대기 질 등급 10 단계 중 최악인 10이다.
어제에 이어 또 캠핑카 안에서 저녁을 해결하기로 한다.
이 상황에도 할 건 다 하는 이 사람.
마시멜로를 꼭 먹어야겠단다.
원래 이런건 캠프파이어 주변에 둘러앉아 꼬챙이에 끼워서 굽는데 우리는 버터칼에 꽂아서 가스렌지 불꽃에 익혀 먹는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으라던가
다음날 아침, 아직도 연기가 자욱하다. 사진만 보면 괜찮은 것 같아도 대기 질은 아직도 9-10, 최악의 수준이다.
이 상황에도 커피도 마시고 아침밥도 먹는다. 오늘 하루 종일 달리려면 카페인과 칼로리를 든든하게 채워놔야 한다. (안 그래도 어차피 마시고 먹었음)
여전히 가는 곳마다 연기로 가득하다.
산불 연기는 이미 알버타 까지 덮은 것 같다.
BC에서 알버타로의 로드트립의 묘미인 Golden 가기 전 구간 역시 두꺼운 연기로 가득 차 경치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매 년 하기는 힘든, 큰맘 먹고 해야 하는 로드트립인데 폭망해 버림. 화가 많이 많이 남.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에 따르면 최근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전보다 증가하는 이유는 지구 온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캐나다에서 평생을 산 친구들도 올해처럼 산불이 오래 가는 것을 본 적이 없다고 한다.
앞으로는 전보다 더 길고 심한 산불이 예상될 거라고 하는데, 그렇다면 여름 동안에는 캐나다를 떠나 있어야 하는 걸까? 그러면 우리 고양이들은 누가 돌보나? 고양이를 데리고 같이 캐나다를 떠나 있거나 아니면 집을 완벽하게 청정구역으로 만들어야 하는 건가? (우리 집은 이미 공기 청정기 세 대가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불 기간 중에는 실내 공기가 아주 탁하다)
지구 온난화를 멈추고 깨끗한 공기를 다시 찾을 방법은 정말 없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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